정말 헷갈리는 맞춤법 중 하나인 붇다 불다 붓다 세 가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검색해서 들어온 분이라면 라면이 불었다와 같은 상황에서 글을 쓰다가 이상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라면은 붓다일까요, 붇다일까요? 아니면 불다일까요? 불다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시나요? '라면이 다 불었어' 이런 문장을 떠올리면서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컵에 물을 붓다가 라면이 붇다.
라면이 통통해진 경우는 '붇다'가 바른 원형입니다. 어색하죠?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붇다
1.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2.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
3. (주로 '몸'을 주어로 하여) 살이 찌다.
'붇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위의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찾던 물에 젖어 부피가 커진 상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피가 커지고 살이 찌고 양이 많아지는, 전체적으로 커지는 뉘앙스의 붇다입니다. 3가지의 의미 모두 이렇게 일맥상통하죠? 그러면 라면이 다 붇었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이건 너무 어색하죠? 이전에 싣다와 실다에 대해 설명하면서 'ㄷ불규칙용언'을 말씀드렸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붇다'도 바로 이 불규칙용언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어미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경우 ㄷ이 ㄹ로 바뀌는 겁니다. 그래서 '붇고', '붇지', '붇다'는 그대로 사용하고 '붇어', '붇으면' 등은 '불어', '불으면'으로 바뀝니다. 예문으로 충분히 보겠습니다.
1. 그렇게 두면 면이 다 붇지. 나는 불은 라면을 좋아해. 면이 불으면 내가 다 먹을게. 2. 재산이 붇는 재미에 고된 줄 모르겠다. 모유가 나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지금은 젖이 불었다. 체중이 붇고 나니 옷이 딱 맞다. 3. 겨울만 되면 식욕이 왕성해져 몸이 많이 불었다. 아기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몸이 불어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이 붇고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
▷붓다
1.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2. (속되게) 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3.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4. 모종을 내기 위하여 씨앗을 많이 뿌리다.
5. 불입금, 이자, 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6. 시선을 한곳에 모으면서 바라보다.
'붓다'에 꽤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의미이고 4번이나 6번 정도가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이겠네요. 이런 의미도 있다, 정도로만 보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붓다에서 한 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은 'ㅅ불규칙용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ㄷ불규칙용언과 함께 비교해서 보시면 좋겠네요. ㅅ불규칙용언 어간의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없어지는 용언입니다. 그래서 '붓어'가 아니라 '부어', '붓으며'가 아니라 '부으며'로 쓰는 거죠. 예문으로 보겠습니다.
1. 벌에 쏘인 자리가 붓다.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2. 왜 잔뜩 부어 있니? 그는 뚱하게 부어 있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3. 냄비에 물을 붓고 라면을 끓였다. 컵에 물을 붓다가 실수로 흘리고 말았다. 4. 모판에 배추씨를 붓다. 5. 은행에 적금을 열심히 붓고 있어. 우리가 다같이 계를 붓는 건 어때? 6. 노인은 말없이 청년의 얼굴에 시선을 부었다. |
▷불다
1. 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
2. 유행, 풍조, 변화 따위가 일어나 휩쓸다.
3. 입을 오므리고 날숨을 내어 보내어 입김을 내거나 바람을 일으키다.
4. 입술을 좁게 오므리고 그 사이로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
5. 코로 날숨을 세게 내어 보내다.
6. 관악기를 입에 대고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
7. 풀무, 풍구 따위로 바람을 일으키다.
8. (속되게) 숨겼던 죄나 감추었던 비밀을 사실대로 털어놓다.
'불다'에는 굉장히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만 평소 다들 알고 쓰던 것들이라 낯설지 않을 겁니다. 바람, 소리, 털어놓다 정도로 정리되는 의미라고 보면 되겠네요. 부피가 커지는 뉘앙스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라면이 불어서,라고 말하지만 그 원형은 '붇다'라는 것, 알아두세요.
1.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2. 사무실에 다이어트 바람이 불면서 곤란해졌다. 구조조정 바람이 기업마다 불고 있었다. 3. 촛불을 입으로 불어서 껐다. 손을 호호 불며 들어왔다. 4. 휘파람을 불며 산책을 했다. 5. 그는 분이 덜 풀려 코를 씩씩 불고 있었다. 소가 콧김을 불며 깨어 있었다. 6. 나팔을 불고 북을 치자 행렬이 시작됐다. 7. 풀무를 불다. 8. 그는 결국 아는 대로 모두 불고 말았다. 경찰에게 지은 죄를 낱낱이 불다. |
오늘은 내용이 좀 많았습니다. '붇다', '붓다', '불다'까지 한꺼번에 알아봤는데요. 워낙 많이 헷갈리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를 명확하게 알아두고 불규칙용언까지 참고하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정리해 볼까요?
라면이 붇고 물을 붓고 바람이 불다.
각각의 원형이 여러 가지 불규칙용언에 의해 바뀌는 것 때문에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입니다. 반드시 그 원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붇다의 ㄷ이 ㄹ로 바뀐다고 해서 그 원형이 불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붓다의 ㅅ이 탈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오늘 내용은 여러 번 읽어보면서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라면이 붇는 것에서 헷갈려 검색하신 분들을 위해 결론만 말씀드리면
라면은 붇는 것이고 ㄷ불규칙용언에 의해 불어서, 불어, 불은 등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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